민주당이 놀아나고 있다. 집권당과 ‘언론권력’이 손잡고 날마다 언구럭을 부린다. 한낱 우스개가 아니다. 언론이 분당 가능성을 보도하자 실제로 그런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생게망게한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민주당에 있다.차분히 톺아보면 이명박과 박근혜로 정권이 이어졌음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촛불혁명이 일어나면서 집권할 수 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소망을 구현하지 못했다. ‘집값 안정만은 자신 있다’거나 ‘비정규직 제로’와 같은 객쩍은 호기를 부렸다. 촛불혁명의 주체가 민주당이 아니었음에도 문재
오월정신. 확고히 지켜가겠단다. 윤석열 정부의 다짐이다. 5·18 민중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이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고 주장했다. 윤 정부 초기인 지금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오월정신을 통합의 주춧돌로 삼으려면 또렷한 ‘선행 인식’이 필요하다. 톺아보면 5·18 민중항쟁에 통합 거론은 학살 바로 다음날부터 나왔다. 계엄군의 전남도청 학살 직후에 조선일보 사설은 “악몽을 씻고 일어서자”고 주장했다. “군이 자제에 자제를 거듭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단다. “신중
촛불이 사위어간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대통령은 퇴임했다. 후임은 박근혜를 집으로 찾아가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고개 숙이며 ‘명예회복과 정책 계승’을 약속한 검사다.기막힌 변곡점이다. 촛불의 역사적 뿌리를 새삼 찬찬히 새기는 까닭이다. 옹근 100년 전 5월이다. 호외가 시내 곳곳에 뿌려졌다. 창간 초기였던 동아일보는 1면 머리에 실은 사설 ‘손병희 선생을 조(弔)하노라’에서 고인이 “민중으로 반려하여 민중으로 고락”하며 민중의 우러름을 받았다고 애도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도 “2천만 배달민족을 대표하여 반만년 대조선의
사회적 타살. 2022년 4월 서울 창신동에서 몸이 불편한 80대 노모와 병을 앓던 50대 아들이 숨지고 한 달이 넘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송파에서 일어난 석촌동 세 모녀의 동반자살을 떠올리게 한다. 창신동 모자에게 촛불은, 문재인 정부는 무엇이었을까.현장 취재기자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90년 전 지어져 낡고 다 쓰러져가는 집” 안에는 각종 공과금과 신용카드 대금 독촉장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전기요금을 내지 않았다며 공급을 끊겠다는 ‘경고’도 문 앞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여든두 살의 노모는 거동하기 어려운
그 물음을 던지기 민망하다. 언론의 불신이 극에 달한 지금 누가 한국 언론의 전설인가를 따따부따하기란 계면쩍은 일이다. 그런데 다름 아닌 조선일보가 “한국 언론의 전설”을 또 기사화했다. 김대중 전 주필이 그렇단다. ‘신문의 날’을 맞아 인터뷰한 기사는 “권위주의 시대, 신문기자가 맞서 싸울 대상 있어 행운이었다”는 말을 표제로 부각했다. 군부독재와 싸운 ‘투사’라는 투다. 창간 100년을 맞은 해에도 그를 “전설”로 기사화하며 ‘기자정신’을 들먹였다.과연 그래도 좋은가. 그를 ‘조선일보의 전설’이라 부르대는 것은 자유다. 실제로
옹근 20년 전 이맘때다. 노무현 바람이 솔솔 일었다. 그 바람을 일으킨 노사모에 경의를 표하며 쓴다. 아홉 달 전이다. 대선 정국에서 조국 전 법무가 회고록을 내자 ‘문파’는 책 보급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나섰다. ‘조국 사태’ 당시 국민과 청년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문파는 송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선을 전망했다.“명토박아둔다. 내년 봄까지 문파가 지금처럼 행동할 때, 민주당은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문파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대선 후
선거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국민 통합’을 부르댄다. 마치 시대정신이라도 된 듯하다. 대선 직후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한 윤석열 당선자 발언도 ‘통합’이다. 딴은 좋은 말이다. 국민 통합은 한국 정치의 숙원이기도 하다. 대선 과정에서 편향 보도에 앞장섰던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24만7000여 표라는 적은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이를 보며 나라가 반으로 갈라졌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172석의 민주당과 2년간 함께해야 하는 현실로 볼 때도 이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국민 통합에 정략적 접근은 한계가 또렷할
“이재명 ‘지금 군사독재와 다르지 않다’ 논란… 이준석 ‘급하니 文도 맹공’” 대선 마지막 주말에 조선일보가 인터넷에 부각한 기사 제목이다. 부제도 달렸다. ‘국민의힘’을 인용해 “이재명, 선거 위해서라면 文대통령 법정 세우겠다고 얼마든지 몰아세울 사람”이라고 달았다.표제만 보면 이재명이 문재인을 군사독재자로 비난했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그가 당선될 때 문 대통령을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암시’까지 담겨 있다. 당선을 위해 온갖 비열한 술수를 쓴다는 이미지마저 그려진다. 궁금해서 기사를 접속했다. 기사는 이준석을 비롯해 조롱 발언
20대 대선을 두고 ‘최악의 선거’라는 말들이 넘친다. 누가 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그럴 바에야 정권교체라도 하자는 투박한 여론몰이에 다수 언론이 앞장섰다. 대선은 자리 사냥꾼들이 모이는 판이라는 어느 ‘책략가’의 말이나 ‘먹을 것이 많은 잔치’라는 어느 유력후보 부인의 말도 회자되었다. 딴은 선거판의 현실을 꿰뚫는 말이다.대선후보 윤석열과 안철수가 사전투표일 직전에 전격 단일화했다. “단일화는 없다”고 수차례나 공언했던 안철수는 “개인적으로 어떠한 손해가 나더라도 정권교체 대의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언죽번죽 밝혔다. 시청자들 앞에
조중동 신방복합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모를 바보는 없다. 적잖은 이들이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더러 오해를 불러올 보도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한 양비론을 펼치는 모습은 안쓰럽다. 저널리즘에서 ‘중립’이 주요 가치일 수 없음은 이미 미국 언론학계에서도 보편적 합의를 이루고 있다. 양비가 아니라 시시비비가 저널리즘의 본령이다.“이도 윤도 성장 외치지만…양극화엔 침묵.” 한겨레의 2월 24일자 신문 6면 중간기사의 제목이다. 인터넷 판에는 “이도 윤도 성장론만 외쳐…양극화·불평등 주
대선후보의 수준은 대한민국의 수준일까. 얼마 전 미국 신문이 한국 대선에 던진 냉소가 새삼 떠올랐다.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 실소마저 떠올랐다. 한국 대선을 조롱할 겨를이 있다면 미국의 두 차례 대선에서 나타난 ‘트럼프 현상’을 심층 취재하라고 권하고 싶기도 했다. 적어도 촛불혁명을 거친 대한민국에선 트럼프처럼 민주주의 의식이 빈곤한 정치인은 나타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지만 일주일 사이에 스멀스멀 의구심이 올라온다. 일부 언론이 ‘승기를 잡았다’고 보도하는 유력후보의 민주주의 의식 수준이 갈수록 심각해서다. 그는 경
기명칼럼을 쓴지 옹근 20년이 되었을 때 조용히 접었다. 2019년 가을, ‘서초동 촛불’을 보며 내가 써온 칼럼들의 효능감에 회의가 들었다. 2021년 오월, 다시 칼럼을 열었다. 내 영혼의 빛이자 빚인 오월의 민중 영전에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전두환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6공화국을 일궈낸 대한민국은 어느새 일곱 정권을 거쳤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이다. 어떤가. 그 일곱 정권에서 민중의 삶은 나아졌는가? 부익부빈익빈은 사라졌는가? 아니, 적어도 줄어들었는가?새삼 비장감에 젖은
나라가 어디로 가는 걸까. 문득 든 의문이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유력 대선후보의 의식구조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무장 우려가 커져서다. 앞서 윤석열 부부의 ‘점술 의혹’에 문제를 제기한 칼럼(정경심 겨눈 창, 김건희의 방패)을 썼지만 그 뒤 나온 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JTBC 보도에 따르면 2019년 2월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과 김건희는 ‘유명 점술인’을 만났다. 당시 윤 지검장은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사법고시 기수’가 아래였다. 김건희가 만남을 주선했다.점술인의 ‘점’은 기막히다. “딱 보
대선 정국에 ‘무속 논란’은 뜬금없다. 하지만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가 ‘서울의소리’ 기자와 나눈 대화가 속속 공개되었다. 홍준표‧유승민도 ‘굿을 했다’는 김건희 말에 당사자들이 발끈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겨레 논설위원의 ‘비선’ 언급(1월20일)에 이어 경향신문은 “김건희 무속중독 논란”의 핵심을 ‘비선권력’이라고 보도(1월22일)했다. 현재까지 보도만으로도 윤석열 부부와 ‘점쟁이’의 접촉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여기서 ‘점쟁이’는 김건희의 표현이다. 언론 보도처럼 ‘무속’을 싸잡아 폄훼할 일은 아니다.
정권 교체. 조‧중‧동 신방복합체가 부쩍 강조하는 말이다. 투표가 60일 안으로 접어든 1월10일만 보더라도 조선일보는 “윤·안 지지율 합보다 높은 정권교체론” 제하의 정치부장 칼럼을 실었다. ‘이재명 38%, 윤석렬 25.1%, 안철수 12%’로 나온 여론조사를 제시하며 정권 교체 여론은 55.3%로 정권 유지 39.2%를 압도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윤과 안의 지지율 합계 37%는 정권 교체 여론에 한참 못 미친다는 ‘산수’다. 그러면서 “야권이 정권 교체 지지 열망을 결집시키지 못한다면 이해찬 전 대표가 말한 ‘20년 집권론’은
용기는 미덕이다. 검사 윤석열은 용기가 있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수사에서 도드라졌다. 그 용기로 ‘촛불혁명’이 일어난 뒤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고 검찰총장에 올랐다. 그 사이에 이명박과 박근혜는 구속됐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말을 대쪽으로 새겼다.올 초만 하더라도 검찰총장이던 그가 ‘야당’ 대통령후보가 된 ‘마법’은 당시 법무장관의 쇠고집과 대통령의 이중적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더러 불편하겠지만 진실이다. ‘검사 윤석열’로서는 현 정권에 혐오감을 느꼈을 법하다. 실제로 최근 그는 “이 정권을 교체해야 되겠
“권력이 다가온다 싶으면 양심과 이성도 마비되는 건가.” 12월20일 조선일보 사설은 제목에 실명까지 넣어 사뭇 준엄히 꾸짖었다. “이 후보 아들의 ‘여성 비하’ 표현을 ‘평범’이라 하고,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등에 대해선 말이 없다. 그러면서 야당 대선 후보 아내를 둘러싼 의혹 공세에는 앞장선다”는 이유에서다.사설이 조준한 이는 “이재명 캠프의 성평등자문단 공동 단장을 맡은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다. 사설은 권인숙이 ‘여성 비하 게시 글’을 “별일 아닌” 것으로 옹호했다고 비난했다.언뜻 권인숙이 자진해서 그 발언을 했다고 오
기레기 홍수다. 여기서 기레기는 기자의 멸칭이 아니다. 본디 뜻처럼 ‘기사 쓰레기’를 이른다. 기실 누군가를 쓰레기로 부르는 행태는 옳지 않다. 다만 쓰레기 기사를 곰비임비 써대는 기자까지 두남둘 뜻은 없다.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느 선거 때보다 쓰레기 기사들이 넘쳐난다. 가히 ‘기레기 대선’이라 할 만하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어지럽게 춤춘다. 인터넷 시대라 하릴없다고 볼 일은 아니다. 사실 확인이 기본인 신문들이 쓰레기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함부로 써대거나 그에 근거해 논리 비약을 서슴지 않
폭력적 처리. 그 말은 분개를 자아내기 십상이다. 그 말 앞에 ‘사과한 뒤’를 붙이면 분노마저 부걱부걱 일어날 성싶다. 조선일보가 특정 대선후보를 겨냥한 사설 제목을 보자. “사과 큰절 뒤 폭력적 법안 처리 주문”이다. 당에서도 “공포”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의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발목 잡으면 뚫고 가야하고 책임 처리, 신속 처리가 필요하다”고 한 말을 조준했다. 사설은 이어 이 후보를 “독재”와 “독선”으로 덧칠했다.쓴웃음이 나온 까닭은 마침 조‧중‧동 신방복합체 개국 10년을 맞고 있어서다
“전태일 열사 정신 왜곡.” 전태일 51주기에 연 전국노동자대회를 두고 나온 말이다. 누가 했을까. 전태일을 분신에 이르게 박정희 독재에 뿌리를 둔 정당이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은 그 정당을 인용해 제목으로 “전태일 열사 정신 왜곡”을 내걸었다.윤석열의 국민의힘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앞 다퉈 민주노총을 “귀족노조의 노동자 약탈” 또는 “기득권 노조의 목소리” 따위로 훌닦았다. 두 당과 조선일보가 마치 ‘전태일 정신’을 구현해온 듯이 착시마저 일어난다.흥미로운 보도는 공영방송 KBS다. 조중동 신방복합체나 과거의 KBS에 견주어 노동보